그대에게

기억의 자리 / 나희덕

DimondBack 2011. 11. 18. 01:21




             기억의 자리  
         
         
        
      어렵게 멀어져 간 것들이
      다시 돌아올까 봐.
      나는 등을 돌리고 걷는다. 
      추억의 속도보다는 빨리 걸어야 한다. 
      이제 보여 줄 수 있는 건
      뒷 모습뿐, 눈부신 것도
      등에 쏟아지는 햇살뿐일 것이니
      도망치는 동안에만 아름다울 수 있는
      길의 어귀마다
      여름 꽃들이 피어난다, 키를 달리하여
      수많은 내 몸들이 피었다 진다. 
      시든 꽃잎이 그만
      피어나는 꽃잎 위로 떨어져 내린다.
      휘청거리지 않으려고 
      걷는다, 빨리, 기억의 자리마다
      발이 멈추어선 줄도 모르고
      예전의 그 자리로 돌아온 줄도 모르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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