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 끄적

사랑 ... 다 그렇고 그렇지

DimondBack 2011. 9. 14. 14:25

 

 

 

 

맘만 먹으면 뭐든 그럭 저럭 할 수 있고

세상은 어찌 됐든 내 편일 것만 같던 젊은 시절,

우연히 탈랜트 김 수미씨의 수필을 읽게 되었다.

어찌나 글을 맛깔나게 써놨던지

밤 깊도록 시간 가는 줄을 모르고 책장을 넘겼었고.

 

거기에 그런 얘기가 쓰여 있었다.

<사랑은 교통 사고다.>

 

이쁜 신입 탈랜트들이 하도 스캔들을 일으키기에

김 수미씨가 질책하듯 몇 마디 했더니

옆에 있던 동료 탈랜트 김 혜자씨가 그랬다는 거다.

사랑은 교통 사고라고.

내가 아무리 운전을 잘하려 해도

주위에서 대책없이 쳐박으면 어쩔 도리가 없는 거라고.

 

그게 그런가?

방어 운전을 잘하면 될 거 같은데...

그러면서도 한 편

그런 거구나 싶기도 했다.

 

그리곤 세월이 흘러 내가 사랑을 할 때였다.

그와 함께 하는 시간이 그저 행복하기만 하고,

사랑받고 있단 설레임에 마음은 마냥 하늘을 날고,

편지라도 한 통 쓸라치면 좋은 시 어떤 걸 넣을까

여기 저기 시집을 뒤지고.

 

그러다 눈에 들어온 문귀가 하나 있었다.

<사랑하는 사람의 가장 큰 장점은

  그 사람이 나를 사랑하는 것이다.>

 

그럴까?

그가 이렇게 좋은 건 그가 날 사랑해 주기 때문일까?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짝사랑엔 아예 관심조차 없던 나였으니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듯 싶었다.

 

 

 

또 시간은 유수같이 흐르고,

누군가 내게 생각지도 않은 버거운 감정을 토로해

나조차도 힘들었던, 짙은 시간이 막 지난 후였다.

감정이든 뭐든 넘침은 부족하니만 못하구나 싶었을 때.

 

어느 책에선가

내 맘을 비집고 들어온 글귀 하나가 있었다.

<자신이 누군가를 지독하게 사랑한다고 믿지만

  그것이 결코 자신이 상대방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고

  상대를 사랑하는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 맞아.

충분히 그럴 수 있겠다 싶었다.

자신의 감정에 빠져서

상대방의 감정따윈 전혀 아랑곳 않고 집착하는,

그래서 사랑의 기쁨을 주는 것이 아니라

태산을 짐 지고 살게 하는...

사랑이 결코 자기 자신 혼자만의 감정으론

이뤄질 수 없다는 걸 망각한 채...

 

이제 흰 머리가 하나 둘 보이는

중년의 나이 되고 보니

사랑이란 감정이

어찌나 귀하고 소중하게 여겨지는지,

 

그 시절 그 언약들은 다 어디로 흩어지고

거울 앞엔 나이 든 여인네만

우두커니 생각에 잠겨 있는지.

 

허긴 누군가 그랬다.

<사랑할 때 한 언약들은

  사랑할 때까지만 유효하다.>고.

 

그래, 사랑이 지나간 자리엔

폐허같은 기억들이 수북히 싸이게 마련이지.

때론 아쉬움, 그리움이란 이름으로,

때론 회한이란 이름으로.

 

내 지난 날을 반추하며

사랑의 편린들을 가만 주워보니,

내 손에 먼저 잡히는 것은

사랑받았던 기억들보다

내가 사랑했었던 기억들.

 

유치환 시인이 노래했던가.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 보다 행복 하나니라.>고.

 

나이 들수록

타인이 내게 보여주었던 감정들보다 

내 자신이 품었던 그 느낌 하나하나가

더 귀하고 간절한 거다.

감정을 일게 한 그 모든 것들에 감사할 뿐이고.

 

그렇게 

사랑이란 감정은

내게 많은 느낌표를 남겨 주었다.

 

사랑!!!

다 그런 건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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