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에게

갈대 / 천상병 & 신경림

DimondBack 2013. 11. 14. 04:30

 

   낙엽을 연민하듯이

꺾어질듯 연약한 휘청거림을 동정한다

헐벗은 영혼을 가진 자신보다

텅빈 진공처럼 마음 비운 

갈대의 가슴앓이를 애닳아 한다.

 

아서라 .....

뉘라서 바람을 막아 서

저 갈대들을 잡아 줄 수 있을까.

세상에 온 몸 던진 인연의 상처는 내가 더 깊은데 ....

 

초대된 미풍에서도

불청객 폭풍 바람 회오리 속에서도 

서로가 엉켜 속박하는 부끄러운 인연은 아니지 않은가.

 

                                                                      by   쪽빛바다

 

 

 

 

갈 대

                                                   천상병

 

 

환한 달빛 속에서
갈대와 나는
나란히 소리 없이 서 있었다


불어오는 바람 속에서
안타까움을 달래며
서로 애터지게 바라보았다.


환한 달빛 속에서
갈대와 나는
눈물에 젖어 있었다.

 

 

갈 대

                                         신경림

 

 

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는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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