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지
며칠전에 아는 언니 가게에서 있었던 일이다.
보석상을 하는데 ...
가게 안으로 중년의 한 남자분이 쭈볐 쭈볏하며
들어섰다.
손님으로서 당당할 수도 있으련만 눈길 머물곳을 찾지 못하고
수줍은 목소리로
"여자 반지 하나 보여 주세요"
아마도 언니는 같은 몰 안에서 얼굴을 익히 아는 분인지
반지의 용도를 묻고는
이것 저것 화려하고 큰 반지들을 내어 놓았다.
나에게는 그 남자분의 어깨가 자꾸만
움츠려드는 모습으로 작아져 보여
안쓰럽기까지 한데 ...
더군다나 여자에게는 '육감'이라는 동물적인 감각으로
그분의 입장이 전해져왔다.
"결혼 20주년이라면서 아내되는 사람은
큰거를 좋아하지 않는다며 이것 저것 .. 알이 없는 반지로만 새끼 손가락에
끼워보며 꼼꼼하게 "가격"을 챙긴다.
그러면서도 무엇이 마음에 걸리는지
좀전에 언니가 보여준
다이아니 루비같은 알이 있는 반지를
흘끔 흘끔 ... 눈길을 거두지 못하는 마음을 들킨다.
$200이 적정선인듯 ...
멋쩍은 웃음으로 본인의 넉넉하지 못한
행색을 부끄러워 하는거 같아
"여자는 ...
"아내"라는 이름의 여자는
"남편의 마음" 받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 하며
나 정도의 체격이라기에
몇개의 반지를 끼어보며 행복한 '참견'을 하였다.
마치 내가 받을 반지를 고르는 것처럼 ...
몇개를 마음에 작정한듯 한달후에 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총총히 가게문을 나서는 그분의 뒷모습에
왜 .?. 내 가슴이 먹먹해지며
뻐근해지는 눈에 이슬까지 맺힌다.
아마 ...
그분은 한달후에 돌아올 늦은 결혼의 20주년을
조촐히 기념하기 위하여
오늘도
퇴근 시간을 넘기고 시간외 근무를 하시겠지만
아내의 손에 "그동안 고마웠다며 .. "
끼어줄 반지를 상상하며
그 한달이 진정 '행복'하리라 믿어진다.
나 역시 그분의 아내를 모르지만 같은 하늘 아래서
여자로서 행복할 그분에게 살짝 질투심이 섞인
소리없는 "갈채"를 보낸다.
오래도록 ...
행복한 기억으로만 채워 나가시기를 ...
by 쪽빛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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