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에게

시를 읽는다 / 박완서

DimondBack 2013. 3. 18. 06:38

 

 

시를 읽는다

 


심심하고 심심해서
왜 사는지 모르겠을 때도
위로 받기 위해 시를 읽는다.



등 따습고 배불러
정신이 돼지처럼 무디어져 있을 때
시의 가시에 찔려
정신이 번쩍 나고 싶어 시를 읽는다.



나이 드는 게 쓸쓸하고
죽을 생각을 하면
무서워서 시를 읽는다.



꽃피고 낙엽 지는 걸 되풀이해서
봐온 햇수를 생각하고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내년에 뿌릴 꽃씨를 받는
내가 측은해서 시를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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