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 끄적

아내였던 그 여인

DimondBack 2011. 12. 18. 11:35

 

 

아내는 남편을 사랑합니다.

설사 배뿔뚝이에 대머리

생활비도 변변히 못갖다 주는 사람이라고 해도요.

 

 


분신과 같은 아이들의 아빠이고

내 젊은 날

나에게 평생을 건 사람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외도를 알게 되면

아내는 다시 여자로 변합니다.

 

 


옷장엔 새로 샀지만 입지 않는 옷들이 쌓이고

화장대엔 비싼 화장품들이 쌓입니다.

지독한 다이어트로 20대의 몸매를 되찾습니다.

 

 


남편이 언제

남의 아이의 아빠가 되고 다른 여자의 남편이

될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아내는 깨닫습니다.

자신도 다른 남자의 아이를 낳을 수 있고

다른 남자의 아내도 될 수 있다는 사실을 ...

 

 


여자가 된 아내는 쉽게 아내로 돌아가지 않습니다.

그렇게 보일 뿐입니다.

 

 


예전의 아내는 여자가 되어

마음 속으로 수많은 여자들과 경쟁합니다.

바빠졌습니다.


아이들에게 전처럼 전념하기 어렵습니다.

살림은 대충 합니다.


이제 집에는

남편과 아내,아빠와 엄마는 보이지 않습니다.

 

 


뿌리 깊게 연결되지 못한

남자와 여자가 있을 뿐입니다.

 

 


아내보다 나은 여자를 선택하지 못한 남편에겐

선택의 순간이 옵니다.

 

 


그러나 이미 아내는 없습니다.

 

아내였던 여자만이 있을 뿐,

 

아이들의 엄마만이 있을 뿐

 

자신만의 여자이자 아내는 이미 죽었으니까요.

 

외도한 남편에 의해 죽음을 당했으니까요.


 

 

아내는 깨닫습니다.

자신의 남편이 돈도 안주고 ,사랑도 안 준

가장 열등한 부류의 남자였음을


 

 

평생의 헌신을 보장받던 사랑의 맹세는

이제 아무리 날려도 소용없는 부도수표가 됩니다.


 

 

있는 모습 그대로

서로에게 가장 소중한 존재가 될 수 있었던 두 사람은

저울에 올려진 고기 덩어리처럼

점수가 매겨지고 가치가 정해지는 하찮은 존재가 되었습니다.


 

 

그저 그렇게

그남자 그여자가 되어

살아가게 되겠지요.


 

 

세상에 미련이 별로 없어

죽어도 아쉬울 일도 별로 없습니다.


 

 

죽쒀서 개줄 수 없으니

미래보다 현재가 중요해졌습니다.


 

 

꿈을 이루는 일보다

먹고 마시는 일이 중요해졌습니다.


 

 

하지만 끊임없이

허전함이 밀려옵니다.

꿈꿀 수 있는 사람은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꿈꾸지 않고도

행복할 수 있는 법을 배우려합니다.

꿈꾸는 행복은 더할 수 없는 행복이지만

꿈이 깨는 순간 너무 아프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아내였던 그여자

늘 외롭습니다.늘 허전합니다.

그러나 쉽게 속을 보이거나 등을 보이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등을 보이면

비수를 맞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입니다.


 

 

그남자도 마찬가지겠지요.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그여자도 자신에게

비수를 꽂으려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겠지요.


 

 

그남자 그여자

그래서 헤어지지 않는다면

평생 거리를 두고 각자의 안전을 생각할 겁니다.

안전하다고 여길만큼 서로에게서 멀어져야할 것입니다.


 

 

그여자 외로움에 익숙해집니다.

그 외로움을 운명으로 여기기까지 하겠지요.


 

 

그러면 예전처럼

자신의 일에 몰두하게 될 것입니다.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갈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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