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러운 거리를 오늘도 하루종일 걸었습니다. 바람이 많이 불었습니다. 낯선 거리를 거닐며 낯선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낯설어 잠시 심호흡을 했습니다.

이 봄을, 이 순간을, 이 아름다움을, 이 생을 함께 느끼지 못하고 뚜벅뚜벅 걸어 가야한다는 외톨이의 마음을 들키고 싶지 않았습니다.

당신.. 날이 많이 따스해졌습니다.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대기가 지치고 시린 육체를 안아주고 있습니다

햇살은, '네 마음을 열지 않으면 행복해질 수 없어' 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조용히 제 머리칼을 쓰다듬어 주었습니다.

당신.. 다른 이들과 다른 삶을 살고 있는 당신.. 쓰라림을 잘 알면서도 가슴 속 모래알을 뱉어내지 않는 진주조개처럼 삶의 상처를 품어 안고는 혼자 외로이 상처를 핥고 있는 당신.. 그렇게 세상의 많은 길 중 자신의 길을 만들어가는 당신,

자신의 상처만 바라보고 있어서 알아보지 못했었나요? 같은 시간, 같은 거리를 걸어도 알아보지 못하는 눈먼 이들의 사랑이야기가 지금 이 도시의 사랑이야기입니다.

당신.. 봄밤에 잔잔히 섞여 드는 봄꽃의 향기에 내 향기도 함께 섞여 있다는 것을 알아주세요..

하루하루 일곱 날이 무지개빛깔처럼 하나하나 모여 의미가 있다는 것을 살며시 귓가에 속삭여 주었던 그날은 다시 돌아올 수 없지만

바람이 많이 부는 봄밤에 당신의 코끝을 스칠 나의 향기의 이름은 '그리움'입니다. 어쩌면 당신이 알아채지 못한다고 해도 없는 것이 아니랍니다.

눈먼 이들의 사랑 노래가 이 도시의 사랑 노래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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