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에게

누구든 떠날때는 / 잉게보르크 바하만

DimondBack 2010. 8. 10. 21:07

 

 

 

 

 

 

 

 

 누구든 떠날 때는

 

 

 누구든 떠날 때는
 한여름에 모아 둔 조개껍질이
 가득 담긴 모자를 바다에 던지고
 머리카락 날리며 떠나야 한다

 

 사랑을 위하여 차린 식탁을
 바다에다 뒤엎고
 잔에 남은 포도주를
 바닷속에 따르고
 빵을 고기떼에게 주어야 한다

 

 피 한방울 뿌려서 바닷물에 섞고
 나이프를 고이 물결에 띄우고
 신발을 물속에 가라앉혀야 한다

 

 심장과 달과 십자가와, 그리고
 머리카락 날리며 떠나야 한다.

 

 그러나 언젠가 다시 돌아올 것을..
 언제 오는가?

 

 묻지는 마라.

 

 

      69 x 113 픽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