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에게 쓴 마지막 편지
너의 이름은 지현이라고 했다
손을 담그면 손끝이 시려 올것만 같은
가을의 하늘 아래서 우리는 만났다
나는 너의 애달픈 눈빛을 잊을 수가 없다
고개를 숙이면 너의 영혼마저 쏟아져 버릴것 같았다
지현아..
너는 그때 스물하나의 꽃다운 나이였다
서른 여섯이 되도록 내가 한일은 무엇일까?
앨비스 프레슬리를 좋아했고 두 아이의 아버지였고
목숨을 나눌 친구가 있고
술잔에 담긴 시가 있고
그리고 나의 전부를 사랑해준 나의 아내 지현이가 있구나
이제 죽음은 고통이 아니라 나의 친구다
내가 사랑하던 모든 것으로부터
나를 데려가려 한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그러기에 창밖에서 들려오는 발소리가
죽음인지 내 아내의 염려스런 조용한 발소리인지
이제는 구별조차 할 수 없구나
너의 이름은 지현이라고 했다
나는 너의 남편이라기보다 변덕스런 연인에 불과했다
나는 알고 있다 .... 내 마지막 순간을
그리고 나를 지켜주는 이가 지현이며
너의 사랑인것을
이제 모든 것은 끝났다
음악도 끝나고 술병은 비었고 친구들도 떠났다
지현아 ...
너를 남겨두고 이제는 내가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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