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에게

상처에서 배운다/이만섭 & 별을 보려면 어둠이 꼭 필요하다/정호승

DimondBack 2016. 2. 2. 14:22





상처에서 배운다



이만섭





묵은 나무의 옹이를 보면 

대개 상처가 안으로 들려있다

밖으로 드러난 경우라도

애써 그곳을 감싼 흔적이 역력하다

몸 일부분이기에 당연한 일일 테지만

할 수 없는 경우라도 

고통의 세월 밖으로 새살을 돋아내며

아물 때까지 참아냈으리라

설사 아물지 못하고 살아가는 경우라도

몸 안에서 베푼 용서가 장하다

일찍이 상처로서 몸을 지켜냈기에

옹이는 나무의 훈장과 같다


옹이를 보면 나무가 더 단단해 보인다







별을 보려면 어둠이 꼭 필요하다 



정호승





우리의 인생길에는 반드시 어두운 밤이 있습니다.


질병이라는 밤,

이별이라는 밤,

좌절이라는 밤,

가난이라는 밤 등등

인간의 수만큼이나 밤의 수는 많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 밤을 애써 피해왔습니다.

가능한 한 인생에는 밤이 오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왔습니다.

그러나 밤이 오지 않으면 별이 뜨지 않습니다.

별이 뜨지 않는 인생이란 죽은 인생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 누구도 밤을 맞이하지 않고서는

별을 바라볼 수 없습니다.

그 누구도 밤을 지나지 않고서는

새벽에 다다를 수 없습니다.


아름다운 꽃도 밤이 없으면 아름답게 피어날 수 없습니다.

이른 아침에 활짝 피어난 꽃은

어두운 밤이 있었기 때문에 아름답게 피어납니다.

봄에 꽃을 피우는 꽃나무도

겨울이 있었기 때문에 꽃을 피웁니다.


신은 왜 인간으로 하여금

눈동자의 검은자위로만 세상을 보게 했을까요?

눈을 만들 때 흰자위와 검은자위를

동시에 만들어 놓고 말입니다.

그것은 어둠을 통해서 세상을 바라보라는 뜻이 아닐까요.

어둠을 통하지 않고서는

세상의 밝음을 볼 수 없다는 뜻이 아닐까요.


별은 밝은 대낮에도 하늘에 떠 있습니다.

하지만 어둠이 없기 때문에 그 별을 바라볼 수가 없습니다.

우리는 오직 어두운 밤에만

그 별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검고 어두운 눈동자를 통해서만

이 세상을 바라볼 수 있듯이,

밤하늘이라는 어둠이 있어야만 별을 바라볼 수 있듯이,

고통과 시련이라는 어둠이 있어야만

내 삶의 별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내 인생의 캄캄한 밤,

그것이 비록 견딜 수 없는 고통의 밤일지라도

그 밤이 있어야 별이 뜹니다.


그리고 그 별들은 따뜻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