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에게

정작 외로운 사람은 말이 없고 / 권경인

DimondBack 2013. 9. 25. 02:06

 

 

 

 

정작 외로운 사람은 말이 없고  

 

 

더 이상 펼쳐지지 않는

우산을 버리지 못하는 건

추억 때문이다

 

 

큰 걸음으로 온 사람

큰 자취 남기고

급한 걸음으로 왔던 사람

급히 떠나가는 법

 

 

높은 새의 둥지에도

길을 여는 슬픔도

지치면 무슨 넋이 되는가

나무여,

그 우울한 도취여...

 

 

삶에서 온전한 건 죽음뿐이니

우리는 항상 뒤늦게야 깨닫는다

잃을 것을 다 잃고 난 마음의

이 고요한 평화

 

 

세상을 다 채우고도

자취를 보이지 않는 바람처럼

외로움은 오히려

극한을 견디어 낼 힘이 되는가

 

 

정작 외로운 사람은

말이 없고

죽은 세포는

가지로 돌아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