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읽으며

살아 가는 일 / 심성보

DimondBack 2011. 8. 21. 01:25

 

 

 

살아가는 길


길을 알아서 길을 가는 것이 아닐 것이다
삶을 알아서 삶을 사는 것이 아닐 것이다
앞으로 얼마나 더 가야 할지 더 아파해야 할지
우리는 잘 모른다 그냥 주어진 길을 따라
산길을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삶의 눈빛이 되고
삶의 벗이 되어
저문 저녁 노을 아래의 환쟁이처럼
삶을 그려가는 것이다

 

 

 


길 따라 핀 애처로운 꽃에게 물어 보았느냐
너는 왜 사느냐고
그러면 꽃이 말하기를
죽는 날까지 비 오고 바람불고
사는 게 뭐 그렇지
고행 끝에 내가 피었노라고
네가 어찌 햇살만 원해서 선홍빛 아름다움으로 피었겠냐고
그것이 인생사인 것을
이것이 삶의 고통뒤 보람인 것을



 

 

삶이 너무 아파 올지라도
인생을 슬퍼하지 말라
숨소리 죽인 삶이라도 인생을 두려워하지 말라
너 또한 남에게 아름다운 꽃이 될 수도 있고
너 또한 남에게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 될 수가 있음을
삶은 언제나 끝이 없는 법
삶은 행복과 불행의 연속인 것
살면서 야윈 손 꼭 잡고
살갑게 보듬어 주는 이에게 고마와하고
호숫가 바람 이는 곳에서
술 한 잔 걸쳐주는 이가 있어 행복해 하고
소박한 찻집에서 함께 불러주는 옛 노래가 있으면
그 또한 얼마나 인생길에서 살맛나는 일인가

 


 


꽃이 시들고 메말라 가고 다시 흙으로 돌아가는 이치가
내 인생이 저와 같거늘
세상에 열흘 이쁜꽃이 어디 있으며
한평생 아름다운 사람 어디 있으랴
살아있는 삶 앞에 감사하고
숨쉬는 공간에 감사하고
함께 나눌 수 있는 마음이 있다면
따스하게 안아 줌으로 삶은 행복인 것이다

 



 

만남의 인연에 감사하고
서로의 가슴과 가슴을 열고 살고 있음에
행복해야 할 것임을
길 끝이 어딘지 알아서 가는 이 없는데
길의 시작이 지금인지 모르고 사는 우린데
인생을 논하기전 슬픔을 먼저 알아야 하고
쓰디쓴 눈물을 알아야 하며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
배려를 알아야만이
진정 삶을 말할 수 있는 것이다

 

 

 

바람 많은 강가의 갈대처럼 흔들려도
삶은 살아있음에 고마워하고
살면서 친구하나 얻고
살면서 배움 하나 얻고
그렇게 살아감이 인생인 것이다
하늘이 맞닿은 산위에서 아래를 내려다 보아라
인간의 존재가 얼마나 작고 미흡한 존재인가를
싸우고 헐뜯고 아프게 하지 말 것이다
죽음이 오면 그때서야 살아온 길을 후회하지 말고
그냥 아프면 아픈 체로 쓰러지고
쓰러지면 쓰러진 체로
다시 하늘을 바라보아야 할 것이다

 



 

내 죽어 물이 되고 바람이 되면
사람이란 게 얼마나 어리석고
사람으로 산 것이 얼마나 미약한 존재인가를 깨달아야 한다
산길을 걸으며 사랑하는 사람의 친구가 되어지고
먼 훗날 돌아갈 하늘가에서
영원히 아름다운 마음으로 그렇게 살면 되는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어께를 기댄 체
마음 맞는 사람과 술 한 잔을 나눈 체
인생을 즐기면 되는 것이다

 


 

 

내가 네가 되고 네가 내가 되어

그냥 지극한 눈으로 바라보고
못난 부분까지 사랑하면 되는 것이다
길은 있데 길은 없을 수도 있으며
길이 없는 곳엔 마음이 자라는 곳에서
한 평생 어울리며 사는 게 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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