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하루가 천년 같습니다
가볍게 지나치는게 가을이라 하지만 하루가 이렇게 길기만 한걸 어쩌지요
여름날 그렇게 시끄럽던 구름들이 하늘을 밟고 서있습니다
거미줄에 걸리지도 않을 달콤한 바람은 코스모스 이파리 날리며 놀고
나는 그 바람에 눌려 가슴만 저리고 또 그리워 미치겠습니다
들국화 자욱한 길을 걷다가
가을 문턱에서 숨어버린 그 사람이 보고 싶습니다
언젠가 마음이 편해지면, 보고파 보고파 미칠 것 같으면 다시 오겠다는 그사람
들국화는 피었는데
눈돌려 꽃을 보면 눈물에 잠긴 들국화가 슬퍼 보입니다
살아오며 보낸 가을이 저렇게나 많은데
가을은 여지없이 내 가슴에 숨어 바다가 되고 하늘이 됩니다
오늘도 나는 텅 빈 가슴이 되어 울다가
누군가가 [ 왜 그렇게 늙어 버렸나요? ] 물어 오면
[ 가을 때문이오 ] 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싸울 수 있다면 가을과 싸워
그리움에 물들어가는 내 가슴을 건져내고 싶습니다
해를 따라 도는 해바라기가 불쌍해 보입니다
뒤를 보고, 옆을 보고 그렇게 봐도 사랑은 없고
나는 다시 그리움에 울고
울다 울다 또 이렇게 잠이 듭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