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에게

목련나무 / 도종환

DimondBack 2010. 6. 3. 11:09

 

 

 

 

 

 

 

목련나무



    그가 나무에 기대앉아 울고 있나 보다

    그래서 뜰의 목련나무들이 세차게 이파리를 흔들고 있나 보다


    살면서 나를 가장 힘들게 한 건 사랑이었다

    살면서 나를 가장 괴롭게 한 건 사랑이었다


    그를 만났을 땐 불꽃 위에서건 얼음 위에서건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숯불 같은 살 위에 몸을 던지지도 못했고

    시냇물이 강물을 따라가듯 함께 섞여 흘러가지도 못했다

    순한 짐승처럼 어울리어 숲이 시키는 대로

    벌판이 시키는 대로 사랑하고 싶었다


    그러나 결국은 사랑이 가자는 대로 가지 못하였다

    늘 고통스러운 마음뿐

    어두운 하늘과 새벽 별빛 사이를 헤매는 마음뿐

    고개를 들면 다시 문 앞에 와 서 있곤 했다


    그가 어디선가 혼자 울고 있나 보다

    그래서 목련나무잎이 내 곁에 와 몸부림치고 있나 보다

 

 

 

 

 

                                                                                                                                                                        

'그대에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목련꽃 사랑  (0) 2010.06.04
슬픔으로 가는 길 / 정호승  (0) 2010.06.03
젖은 노을 속으로 가는 시간 / 유하  (0) 2010.06.03
그대를 보내고 / 이외수  (0) 2010.06.03
인생은 혼자라는 말 밖에 / 조병화  (0) 2010.06.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