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들어요
나에게 쓰는 편지 / 신해철
DimondBack
2013. 11. 5. 02:25
나에게 쓰는 편지
사는 게 무섭지 않냐고 물어봤었지
대답은...그래 Yes야
무섭지 엄청 무섭지
새로운 일을 할 때마다 또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을 때마다
근데 말이야.. 남들도 그래..
남들도 다 사는 게 무섭고 힘들고 그렇다고
그렇게 무릎이 벌벌 떨릴 정도로 무서우면서도
한 발 또 한 발 그게 사는거 아니겠니?
난 잃어버린 나를 만나고 싶어
모두 잠든 후에 나에게 편지를 쓰네
내 마음 깊이 초라한 모습으로
힘없이 서 있는 나를 안아 주고 싶어
난 약해질 때마다 나에게 말을 하지
넌 아직도 너의 길을 두려워하고 있니
나의 대답은 이젠 아냐
언제부턴가 세상은 점점 빨리 변해만 가네
나의 마음도 조급해지지만
우리가 찾는 소중함들은 항상 변하지 않아
가까운 곳에서 우릴 기다릴 뿐

동화 속의 주인공들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고흐의 불꽃 같은 삶도 니체의 상처 입은 분노도
스스로의 현실엔 더이상 도움될 것이 없다 말한다
전망 좋은 직장과 가족 안에서의 안정과
은행구좌의 잔고액수가 모든 가치의 척도인가
돈 큰집 빠른 차 여자 명성 사회적 지위
그런 것들에 과연 우리의 행복이 있을까
나만 혼자 뒤떨어져 다른 곳으로 가는 걸까
가끔씩은 두려운 마음도 없진 않지만
걱정스런 눈빛으로 날 바라보는 친구여
우린 결국 같은 곳으로 가고 있는데
때로는 내 마음을 남에겐 감춰왔지
난 슬플 땐 그냥 맘껏 소리 내 울고 싶어
나는 조금도 강하지 않아
언제부턴가 세상은 점점 빨리 변해만 가네
나의 마음도 조급해지지만
우리가 찾는 소중함들은 항상 변하지 않아
가까운 곳에서 우릴 기다릴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