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겨진 감동

가벼운 생을 위하여 / 서린

DimondBack 2013. 7. 18. 10:00

  

가벼운 생을 위하여

조금씩만 버리자
이제부터 조금씩 버리는 연습을 하자

 

생이 끝나는 날 머문 흔적들 지우기엔
시간이 너무 짧은 이유로
어느 날 그날을 맞이한다 해도
아쉬움에 머뭇거리거나 눈물 글썽이지 않게
내쉬는 한숨 드러나지 않게
오늘부터 조금씩 버리는 연습을 하자

 

 이미 담겨 있기에 더는 담지 않아도 되는
기억 하나만 가져가도록
일년 가도 읽지 않는 책부터 옷가지
한번쯤 나를 기쁘게 했을 저 빈 상자
너무 오래 쓰지 않아 써지지 않는 볼펜
이미 쓰임새를 잃어버린 낯선 물건들

 

 그리고 나서 온갖 잡념을 싹쓸어 버리자
더 이상 잡생각으로 골머리 앓지 않도록
남은 이들에게 짐되지 않을 그런 정리

 아무도 기억하지 않을 하루살이 인생처럼
내 마음에 맑은 물만 흐를 수 있게
무엇보다 마음을 비우도록 애써 보자

 

                    서린의 "마음" 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