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에게

젖은 편지 / 양현근

DimondBack 2013. 3. 13. 08:04

 

 

풀벌레 울음 가득한
도심천변을 따라 걷는 중입니다.

어떤 기다림이
저 작고 여린 공명통을 흔들었을까요.
날은 저물고,
느티나무 그늘이 주머니 속에 가득합니다.

 

 

 

가로등이
살며시 눈을뜨는 시간
낯익은 거리도
속속 도착하는 중이지요.
무엇인가를 절실하게
기다려본 사람은 압니다.

 

 

 

기다림은 가슴 뒤쪽에
울음 몇소절 숨기고 있다는 것을...
나무 이파리 하나도
저마다의 간곡한 사연 한장씩
간직하고 있는것을...

 

 

 

달빛에 젖은 골목길이 보입니다.

저 모퉁이를 돌아서면
촉촉한 풀벌레 울음소리가
은근슬쩍 을부릴것 같아
느릿느릿 걷는 중입니다.

 

 

 

사방에 모여든
날벌레들이 가로등 불빛으로 모여드네요.
내 낡은 청춘도
불빛 아래 아득하게 쏟아지는
당신을 기다리는 중이지요.

 

 


아마, 당신은
나의 환한 불빛을 읽고 날아와 주겠지요.

주머니속의 느티나무 잎사귀들
아직,서걱거리네요.
길고긴 푸념 바람결에 묻으며
그대 다녀간 기별인듯,

 

 


 

나는 아직도
이 편지를 끝내 다 쓰지 못합니다.
모든것이 극진한 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