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읽으며

먼길 / 박철

DimondBack 2011. 9. 8. 13:17

 

 

먼길

 

 

 갈 길 멀다 해도

혼자 가는 길은 없다

가뭇없는 외줄기 찬 바람만 인다 해도

누군가 앞서가고 꼭 누군가 뒤따라온다

 

 

우지마라 언젠가 마주칠 테니

함께 가는 길도 없다

 

 

피로 나눈 언약이어도

바람이 틈을 만들어 갈라 놓거나

저녁어스름 노을 타는 향기가 스며들어

우리를 시기한다

 

 

부여잡고 부여잡아도 손끝은 멀어져가고

다시 이 몸 앞서고 너는 뒤따라와야 하니

인생이란 참으로 멀고도 길구나

 

 

바람소리 사울거려 눈빛 부신 새벽녘

나는 길 위에 서고

마주 할 이 없어 미소짓는 저녁

여기 먼 길 바라보며

너를 향해걷는다

 

 

나 말했던가

지상에 없는 너를 사랑한다고

 

 

그림자 없으므로 더욱 아쉬운

우리들의 한낮 지상에 없으므로

어디에도 살아오고

하늘 날지 않아도 하늘 깊은 줄 아는

천둥벌거숭이 오늘도

당신 없이 꿈을 꾸는 이 길 갈 길 멀다

 

 

해도 언젠가는 다시 만나리

영원히 돌아갈 곳 없는 우리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