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또 나를 데려가리 /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사진
바람이 또 나를 데려가리
외로운 첫 가을
달 없는 하늘
가 슴엔
노래 백 가닥..
비포장도로의 아득한 끝은
구름 낀 하늘을 물고
흙먼지 위에는
빗물 몇 방울..
싹이 트고
꽃이 피고
시들고
땅에 지고
본 사람 하나 없고..
나 여기 왔네 바람에 실려
여름의 첫 날
바람이 또 나를 데려가리
가을의 마지막 날..
늘 누군가와
약속을 한 듯하여라
오지 않을 사람과..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사람과..
생각할수록
도무지 모르겠어
죽음을 그리
두려워할 이유를..
잿빛 하늘 갈라진 틈으로
빛 한 방울
스며나와
봄 첫 꽃에 떨어지다..
밭일하는 농부들 노래
기뻐도
슬퍼도
가락은 늘 하나..
나의 사진은 내가 조작하는 나의 시선이 아니다
그것은 자연으로부터 받은 초대다
-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좋은 것은 흙으로 가는 것이다
새하얀 비둘기
흰 구름에 지워진
눈 오는 날..
가을 날 오후
무화과 잎 하나
살며시 떨어져
자기 그림자에
몸을 싣다 ..
밤은 길고..
낮은 길고..
생은 짧아..
나의 죄를 용서해 주기를
잊어 주기를..
그러나 나도 다 잊을 만큼
깨끗이는 말고..
눈밭에 사람 발자국
볼 일 보러 가셨나?
돌아올까?
이 길로
혼자 와서 혼자 마시고..
혼자 웃고 혼자 울고..
혼자 떠나..
성전에 들어
만가지 상념에 흔들리다
밖으로 나서니
그새 눈 천지..
어느새
인생 하나 지나와
나를 생각하며 우네..
누구의 삶이나 문제가 있기 마련이지 하지만
삶의 즐거움을 떠올려 봐요.
갓 오른 태양의 아름다움. 맑은 샘물의 청량함
그리고..달콤한 체리의 향기를..
- 체리향기중에서 -
詩 :: 압바스 키아로스타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