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 끄적

소박하고 고운 늙음으로 / 쪽빛바다

DimondBack 2011. 1. 5. 02:33

 

 

산더미같이 쌓여진 그릇을 씻기 위해 개수대 앞에 선다


밥공기들을 하나 하나 '퐁퐁'을 묻혀 닦아내다가

문득 씻지도 않고 쓰는 마음이 손바닥에 만져졌다

먹기 위해 쓰이는 그릇이나 살기 위해 먹는 마음이나

한번 쓰고 나면 씻어두어야

다음을 위해 쓸 수 있는 것이라 싶었다

그러나 물만 마시고도 씻어두는 유리컵만도 못한 내 마음은

더럽혀지고 때 묻어 무엇 하나 담을 수가 없다

금이 가고 얼룩진 영혼의 슬픈 그릇이여,

깨어지고 이가 빠져 쓸 데가 없는 듯한 그릇을 골라 내면서

마음도 이와 같이 가려 낼 것은 가려내서

담아내야 하는 것은 아닌가 생각한다

 


누룽지가 붙어서 좀처럼 씻어지지 않는 솥을 씻는다

미움이 마음에 눌어 붙으면

이처럼 닦아내기 어려울까?

닦으면 닦을수록 윤이 나는 주전자를 보면서

씻으면 씻을수록 반짝이는 찻잔을 보면서

영혼도 이와 같이 닦으면 닦을수록

윤이 나게 할 수는 없는 일일까 생각해 보는 것이다

그릇은 한번만 써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뼈 속까지 씻으려 들면서

세상을 수십년을 살면서도

마음 한 번 비우지 못해

청정히 흐르는 물을 보아도

때 묻은 정을 씻을 수가 없구나

남의 티는 그리도 잘 보면서도

제 가슴 하나 헹구지도 못하면서

오늘도 아침 저녁을 종종 걸음치며

죄 없는 냄비의 얼굴만

닦고 닦는 것이다.

 

                                               송유미  "냄비의 얼굴은 반짝인다"
                

                                                                    

 

 


지금의 이 나이때가 아닌 보송보송한 젊음이

조금은 자신감으로 거들먹거릴때

어떻게 늙어 가고 싶은지 바램이 하나 있었습니다.

 

세월을 비껴가는 그런 외적인 것이 아닌

세월에 수긍하는 겸허한 마음으로 ...

 

삶의 겉모습에, 

보여지는 세상의 가치 기준에 마음 다치지 말고,

절대 변하지 않을 세상의 믿음을 믿으며

섭리대로 살아 가자고 ...

 

그러나, 그렇게 살아 가면서 지금 이 자리에 서고 보니

삶이란 살아 가는 것이 아니고 ...

살아 내야 하는 것이였습니다.

 

인생의 소박한 꿈일지라도

끝없이 마음을 비워 내고 ... 

또, 비워내야 한다는 것을 ...

 

오늘 위의 글을 읽으면서

마음속에 더께 더께 쌓여 있는 미움과 질시, 질투,

반목, 증오, 욕심으로 사나워진 마음 그릇들을 

철 수세미로 빡빡 문질러

뽀드득 소리에 윤기를 입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