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 끄적

부부의 웃음 / 쪽빛바다

DimondBack 2010. 9. 27. 22:42

 

 

어제의 일이다.

 

커피를 사기 위하여 길거리에 주차를 하고 있을때 갑자기 오고가던

그 많던 행인들이 어디론가 다 사라지고 거짓말같이 딱 두사람만이

내 눈에 꽂혔다.

마치 영화속에서 중요 특정 장면을 촬영하는 것처럼 클로즈업 되면서 두 사람의

체온까지 느껴질 정도로 정신없이 두 사람을 눈으로 쫓아 갈 수 밖에 없는 상황

두 사람이 만들어 내는 웃음소리가 차안에 앉아 있는 내게까지 들려 오는듯 ~~

나도 같이 따라 웃고 있었으니 ...

어쩌면 내가 그려왔던 "부부"의 모습을 어디선가  '똑' 따온듯이 오늘의 모습은

내게는 기대하지 않던 '선물'의 모습이였다.

 

요가를 다녀오는지, 

아내의 옆구리에는 돌돌 말린 요가 매트가 보이고,

남편의 손에는 아내의 짐인듯한 작은 가방이 들려 있었다.

만삭의 아내와 나란히 길을 걸으면서 남편은 끊임없이 얘기를 쏟아 내고, 

아내는 '떼구르르' 구를듯이 목젖이 보일 정도로 웃어 제낀다. 
마치, 너무 웃어서 배가 아픈듯, 가끔 얼굴을 찡그리며 , 배를 어루만지긴 했어도

세상에 다시 없는 '웃음',  온 거리가 환해 지도록 ... 

인간이 만들수 있는 지상 최고의 '아름다운 모습'을 연출하고 있었다.

그 거리에 '까르르' 웃음이 만들어지는 기계가 있는 것처럼,  거리 전체에 넘치고

넘쳐, 팽팽해진 풍선이 터져 금방이라도 갇혀있던 웃음들이 여기 저기로 날아서

거리 전체를 덮고도 하늘 끝, 무한대로 '몽글 몽글' 피어 오르는 모습을 눈물이

나도록 지켜보고 있었다.

내 차 옆을 지나서 그 모습이 보이지 않을때까지 뒤돌아 ..

뒤돌아 나는 쫓아 갔다. 

 

무슨 말을 했는지도 모르는 부부의 모습을 보면서 ....

나는 울고 ... 그리고 미소를 머금고 마음속 평온한 기도를 올렸다.

"영원히 행복할 부부와 건강한 아이의 출산'을   ..... 

 

내게는 '삶의 사치'가 돼버린 '부부간의 대화'

젊었을적에는 아이들을 키우고, 사는게 바빠 ..

으례 남들도 그렇게 사는줄 알았다.

그러나, 이만큼 살아보니 '부부간의 대화'도 끊임없는 "연습"이

필요한 일이였음을 너무도 늦게 알았다.

어쩌면 그것은 '부부'로 맺어진 "인연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아닌가하는

자책과 자괴감과 함께 이제  '우리는 안돼'라는 '무력감'마저 든다.

 

내게는 죽기전에 꼭 한번 해보고 싶은 소원이 있었다.

출장을 간 남편이 전화를 걸어 이런 저런 얘기로 수화기를 붙들고 잠이 들때까지

원없이 얘기해 보고 싶은거 ...

그리고 "아직도 못다한 사랑" 이라는 노래를 전화기 저 너머로 듣고 싶다는 ..

 

어느 친구가  내 얘기를 듣고는 '소원같지도 않은 소원'이라며 노래는 불러줄 수

없지만,  세상 사는 얘기는 얼마든지 해줄 수 있다고 ...

아마 , 기억으로는 10시간이 넘는 통화였던거 같다.

어떤 얘기들이 오고 갔는지 특별한 기억은 없다.

그냥, 애들 얘기 ..

골프 얘기 ..   자신의 주위에 있는 사람들 얘기와 살아가는 얘기 ..

유치한 혈액형 얘기며  좋아하는 색에 관한 얘기 ..

근데, 전혀 기억에 남는 특별한 얘기는 없다.

그냥 막연히 웃고, 맞짱구 쳐주고, 조금 투덜대기도 하고, ...

기억에 없는걸 보면  흔히 말하는

'영양가' 없는 얘기들이지 않았을까하는 추측만 남는다.

사람이 살면서 '특별한 얘기'들만 하고 사는게 아니라는걸 깨달았으니까 ...

10시간이 넘는 통화였음에도 얘기의 소재는 무궁무진했다.

정말 졸려서 ... 밀려오는 졸음에 몇번이나 수화기를 떨어 트렸으니까 ...

그때, 그 친구는 졸음에 쫓겨 반은 수면 상태에 빠진 내게 해줄수 없다던  노래를

들려 주고 있었다.

"아직도 못다한 사랑"

그후로  갖고 싶은 '소원'이 없었다.

 

오늘 토론토 한복판에서 '부부의 웃음'을 보면서 ....

'부부'로 맺어진 그 인연 하나만으로도 세상을 다 가진것처럼

행복한 모습이고 싶은것이 남에게 보여지는 '무늬만 부부'인 내게 있어서 

그리 큰 욕심이 아니기를 ....       에휴 ~~~~~~~

 

관계 개선을 하기엔 너무도 틀어져버린 감정과 닫혀버린 마음의 문이

이제는 어지간한 정성에도 아무 감동의 떨림이 없다.

마주침이 없는 '외면'만이 남아버린 ...  '늦은 후회'에 

'부부의 웃음'은 눈물로, 그리고 행복의 포만감으로  소중히 .... 간직하고픈,

그런 모습으로 다가온 하루였다.

아마도, 그 부부의 "아름다운 모습"은 '갖고 싶은 소원'이 없어진 것처럼

내 추억의 세포에 깊이 각인될 '영상'으로 남아 내 삶이 고단하고 지칠때

혼자서 꺼내보며 기운을 얻을 모습으로 나만의 '수호천사'가 돼줄거로 ...

믿고 싶다.

 

                                                                                                              - by  쪽빛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