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일함에서

친구잖아. 뭐 어때

DimondBack 2010. 7. 14. 20:51

 

우리가 알던 세상보다

우리가 모르던 세상이 더 많음을 ...

우리가 따뜻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형편없는 차가움이였다는것을 ...

우리가 의지하고 싶었던 것들이

한사코 우리를 거부하였음을 ...

도무지 수긍할 수 없는 일들로

우리가 얼마를 더 아파야 하는지 ...

이제는 사람한테 더이상 지치고 싶지 않다.

 

병희야.

그저 기운내고 조금만 시간을 벌어 보자는 얘기뿐이 할수가 없네.

나한테 휘몰아 치는 광풍도 언젠가는 바람의 끝을 보이고  마음을

감싸줄 미풍이 되어 지나간 아픔에 미안해 할테니 ...

야무진 너!  잘 해낼 수 있을거야.   

 

                                           2010.  불볕 더위 7월의 어느날

 

 

친구잖아. 뭐 어때

여대생이 되고,
생각과 마음이 맞는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가까이하기 꺼려지는 친구도 생겨났습니다.

자신 없는 눈빛, 후줄근한 옷, 잘 들리지 않는 목소리,
성적도 고만고만해서
조별 과제 모임에도 끼워주기 애매한 친구.
어느덧 우리들 모두 조금씩 피하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그 친구는 학과 모임에 빠지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거의 악착같이 붙어 있으려고 하더군요.
은근히 돌리는 말로, 때로는 직접적인 말로
그 친구에 대한 불편함을 표현했지만 소용없었습니다.

"우린 친구잖아. 뭐 어때."

대놓고 면박 주는 아이들 사이에서 웃으면서
그 친구는 항상 그렇게 말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저의 대학생활이 거의 끝날 때쯤,
어머니가 갑작스럽게 백혈병 판정을 받게 되었습니다.
저희 집 전세금과 아버지 퇴직금 모두 병원으로 들어가고,
저는 너무 힘들어 학교에 나오기가 어려워졌습니다.

하지만, 학교 친구들은 이런 저의 사정을
아무도 알지 못했습니다.
'요즘 걔 바쁜가보네.' 라는 정도의 이야기만 오갈 뿐
저에 대해 큰 관심을 두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단 한 사람
그 친구만이 병원으로 저를 찾아왔습니다.
그리고는 말없이 작은 봉투 하나를 내밀더군요.

열어보니 헌혈증서였습니다.
3년간 모은 26장의 헌혈증서.
나중에 알았는데, 그날 헌혈하고 받아온
헌혈증서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왜 이렇게 어렵게 모은 것을 저에게 주냐고 물었습니다.
그 친구의 대답은 언제나 같았습니다.

"우린 친구잖아. 뭐 어때."

그 이후 8년.
저는 그 친구와 다시없을 좋은 우정을
계속 나누고 있습니다.

아! 최근 한 가지 불만이 생겼군요.
이 친구가 저보다 먼저 시집을 간다더군요.

"내 친구, 소현아! 사랑한다. 행복해야 해."

- 박연주 (새벽편지 가족) -



친구가 되려는 마음을 갖는 것은 간단하지만,

우정을 이루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

 

                                          - 아리스토텔레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