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에게

젖은 노을 속으로 가는 시간 / 유하

DimondBack 2010. 6. 3. 10:42

                                     

 

 

 

 

 

                                          



 

젖은 노을 속으로 가는 시간

 

   비가 세상을 내려앉히면
    기억은 노을처럼 아프게 몸을 푼다
    부리 노란 어린 새가
    하늘의 아청빛 아픔을 먼저 알아 버리듯
    어린 날 비 오는 움막이여,
    왜 노을은 늘 비의 뿌리 위에서
    저 혼자 젖는가
    내 마음 한없이 낮아 비가 슬펐다
    몸에 달라붙는 도깨비풀씨 무심코 떼어 내듯
    그게 삶인 줄도 모르고 세월은 깊어서
    지금은 다만 비가 데려간 

    가버린 날의 울음소리로 비 맞을 뿐 

    아득한 눈길의 숲길, 말들의 염전
    시간은 길을 잃고
    나그네 아닌 나 어디 있는가
    추억을 사랑하는 힘으로 세상을 쥐어짜
    빗방울 하나 심장에 얹어 놓는 일이여
    마음이 내려앉아 죽음 가까이 이를 때
    비로소 시간의 노을은 풀어 논 아픔을 거두고
    이 비의 뿌리 한 가닥 만질 수나 있을 것인가